[뉴스엔뷰]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하며 13시간째 길거리에 앉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23일 오전 9시 현재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주변에는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과 경찰들이 출입을 막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30여명과 시민들은 얇은 스티로폼 깔개와 신문지 위에서 밤을 지새웠다. 머리까지 덮어 쓴 대형 비닐로 이불을 대신한 채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가족대책위는 전날 오후 8시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보냈다. 유가족들의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서한에서 "가족들을 청와대로 부른 대통령은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아이들이 왜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죽어가야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고 밥 한 술 마음 편하게 넘겨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진실을 밝히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왜 국회와 정부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토록 모르는지 억울하다"며 "그런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말해 달라.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뒤 답변이 올 때까지 거리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농성 8시간째인 23일 오전 4시께 밤샘 농성 중인 곳에 소나기가 내렸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굵어져 잠이 깬 유가족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대화를 나눴다.
오전 7시가 지나자 밤샘 농성에 동참한 몇몇 시민들은 자리를 떴다.
앞서 이날 자정께 시민들이 유가족에게 스티로폼 깔개와 대형 비닐 등을 전달하는 것을 경찰은 금지하기도 했다. '시위용품'이라는 이유로 물품 반입을 금지하는 경찰과 시민·유가족들은 수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찰의 출입 통제가 한층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유가족은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나갈 수도 없다'며 항의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대통령 면담 요청을 하도 많이 해서 이번이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다"며 "(답변이 오기 전까지) 물러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전 7시40분께 40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는 의료진 등의 설득 끝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오전에 입원할 당시 혈압이 혈압 90/60㎜Hg로 쇼크가 우려될 정도였다"며 "비타민과 무기질, 미량원소 등을 보충하는 수액을 투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제공한 미음 등 음식을 거부하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가족대책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