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유령법인을 설립, 법인명의 대포통장 1만여개를 개설한 국내 최대 대포통장 유통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 최대 대포통장 유통조직 일당 18명을 검거해 판매공급총책인 주모(35)씨 등 7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중 대포통장을 운반하거나 명의를 빌려준 11명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대포통장 모집책 2명은 지명 수배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수백여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1만여개를 만든 뒤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업체 등 각종 범죄조직에 팔아 총 1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판매총책, 모집책, 공급책, 운반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대포통장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집책은 법인설립, 사무실 임대, 통장개설 등 업무를 세분화해 활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집책인 이모(36·구속)씨 등은 서울 강남과 인천 청라에 사무실을 두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 그들 명의로 수백여개의 유령 법인을 설립, 각 법인 명의로 20~30여개의 법인통장을 만들어 현금카드, OPT(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과 함께 개당 70만원을 받고 주씨에게 넘겼다.
주씨는 이씨가 만든 통장을 운반책인 구모(29·불구속)씨 등을 통해 공급받아 인터넷 도박사이트, 보이스 피싱 등 국내외 범죄조직에 다시 개당 100만원을 받고 팔았다.
범죄조직들은 이 대포통장들을 조직원의 수익금을 배분해주는 입금계좌로 사용하거나 돈세탁을 위한 차명계좌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대포통장 사용기간을 1~2개월 단위로 제한하고 사용기간이 끝난 통장은 해지하는 방법으로 공급을 늘렸고 법인 인감도장, 등기부등본, 사업자 등록증 등 통장 재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직접 보관하며 관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아울러 사용등록 지연이나 비밀번호 입력오류 등으로 대포통장 사용이 불가능해지면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해주는 등 사후 관리까지 해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금융거래 규모가 크고 사용이 잦더라도 금융당국의 의심을 받을 여지가 적을 뿐 아니라 통장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직접 관리할 수 있어 개인이 아닌 법인명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거래하면서 일명 '대포폰'을 사용하고, 통장도 오토바이로 직접 건넸으며, 판매대금도 반드시 현금으로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도주한 모집총책을 추적하는 한편, 법인 명의자 및 대포통장을 공급받은 범죄조직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및 금융기관에 대포통장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며 "도주한 모집총책을 추적수사 중이며 법인 명의자 및 대포통장을 사들인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