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사측의 직장폐쇄가 5개월째로 접어든 ㈜케이비알의 노조원 부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내에서 한때 국내 최대 규모로 베어링용 강구(쇠구슬)를 생산했던 ㈜케이비알의 노사는 임금교섭과 기계반출 문제 등으로 2년이 넘도록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비알은 국내 최대 베어링용 강구(쇠구슬) 생산업체로 지난해 임금교섭을 두고 60여 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타결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존 요구에서 하향 조정한 기본급 9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 100% 인상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임금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사측은 수리를 이유로 기계를 반출하려고 했고 노조는 이를 저지하며 조합원 48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해를 넘긴 노사갈등이 촉발됐다.

48명 노조원이 사측의 교섭 해태 등을 규탄하며 지난 5월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가 139일째로 접어든 지난 1일 오전에 노조원 A씨의 부인이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직장폐쇄 전에는 사측의 부당 징계에 이어 부동산가압류를 당하기도 했다.
A씨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감행한 동안에는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5개월가량 부인에게 생활비를 줄 수 없었다.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부인이 숨지기 전날에는 대출 상담을 받기도 했다.
"돈은 얼마 없다. 힘들었다"며 생활고를 호소한 부인의 유서를 읽어 내려가던 A씨는 영정 앞에서 울먹거렸다.
A씨는 "'회사가 폐업한다. 직장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측의 가정통신문을 부인이 수차례 받았는데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정말 미안하다"며 끝내 오열했다.
비보를 전해들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오후 케이비알 사내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대표는 평소 조합원들에게 '돈 없는 너희가 얼마나 버티겠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결국 자본가의 탐욕이 비수가 돼 조합원의 가족이 자살하는 비극을 초래했다"며 사측을 거세게 비난했다.
경남지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도 논평을 내고 "고인의 유서에는 절규가 담겨 있다"며 "자본의 부당한 노동탄압이 안락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노동자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