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점도 절묘한 시기", 또 다른 ‘해석’
[뉴스엔뷰]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로 여의도를 비롯한 정치권에 태풍이 불고 있다.
18대 국회 기간 중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전직 대표 가운데 한 명이 ‘돈봉투’를 돌렸다고 폭로하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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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은 자신의 돈봉투 발언에 대해 5일 발표문을 통해 “지난 달(2011. 12. 13.) 서울경제신문에 쓴 로터리 칼럼 내용 일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며칠 전 케이블(채널A) 생방송에 출연하여 진행자가 제 칼럼을 들고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확인을 구하여 그렇다고 시인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앞서 고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경제에 돈봉투와 관련 ‘전당대회 유감’이란 칼럼을 썼다.
칼럼에서 고 의원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어느 후보가 돈 봉투를 보내왔다.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 어차피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당선된 후보가 필자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했다”라며 “정치 선배에게 물어보니 돈을 돌려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 그럼 돈을 받을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은 상대방을 믿을 때만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돌려주면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돈을 받지 않아도 지지하겠다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해야 오해하지 않습니다’하더라”라고 돈봉투의 존재를 밝힌바 있다.
그는 발표문 말미에 “오늘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여 진실을 밝히고 미력하나마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정치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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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 의원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누가 돈봉투를 돌렸는지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된 지난 7·4전대 때의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 전직 대표 2명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돈봉투와 관련해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18대 국회기간 중의 한나라당 당 대표는 홍준표, 정몽준, 박희태, 안상수 등 4명으로, 이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는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정몽준 전 대표는 ‘승계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당법상 당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정치권 일각에선 돈봉투 폭로와 관련 모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내용을 폭로한 이유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이란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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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관계자는 고 의원이 모언론에 “결국 그분이 당선 됐는데 그 분과 돈봉투를 전한 분이 같은 친이(친이명박)계에다 자신을 지지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싸늘했다”고 밝힌 부분에 방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당 대표를 역임했던 의원들 중 한명은 물론 친이계에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고 의원의 폭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비대위가 전직 당 대표 용퇴론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친이계 의원들이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자질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고 의원이 친이계 전직 대표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터트린 것이 결과적으로 비대위가 친이계를 견제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 고승덕 의원의 입장
고승덕의원입니다
지난 달(2011. 12. 13.) 서울경제신문에 쓴 로터리 칼럼 내용 일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칼럼을 쓸 당시에는 비대위를 재창당 방식으로 출범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재창당 수준으로만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재창당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재창당은 명분은 좋지만 전당대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던 줄세우기, 편가르기 등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재창당 없이 바로 비대위로 가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것이 칼럼의 목적이었습니다.
9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 로터리 칼럼은 제가 18대국회의원으로서 정치현장에서 겪은 아쉬움과 소회, 정치발전에 대한 소망을 담은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케이블(채널A) 생방송에 출연하여 진행자가 제 칼럼을 들고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확인을 구하여 그렇다고 시인한 것이 전부입니다. 새삼스럽지만 투명하지 못한 정치에 대하여는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을 실천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여 진실을 밝히고 미력하나마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정치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1월 5일
고승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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