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밀가루를 만드는 밀에 대한 유전자 변형(GM)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밀 농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 1위 밀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기술적 발전이 정체된 밀 농업계에서 생명공학 기술력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농업계는 자연산 밀을 재배하기에 더 적합한 기후·풍토를 지닌 나라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밀의 주요 소비자인 서방국가 시민들은 콩이나 옥수수와 같은 곡물과 달리 자신들이 주식으로 삼는 빵의 재료에 대해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을 꺼리기 때문에 GMO 밀이 상업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앨런 페더스턴 캔자스주립대학의 농업학과 교수는 "밀 업계는 소비자 반응을 두려워해 GMO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흑해 지역에 밀 재배에 이상적인 광활한 토지를 보유한 러시아가 중동 지역을 장악하는 등 세계 1위 밀 생산자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 인근 지역은 제정 러시아 시절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이었지만, 구소련 공산정권을 거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었다. 구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역시 현재 세계 5위 밀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또 캐나다는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따듯해짐에 따라 매년 대풍작을 이루면서 미국을 밀치고 세계 2위 밀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밀 수출시장에서 3위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도 시장 점유율을 계속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캐나다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독일, 카자흐스탄 등이 밀 수출량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 농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의 밀 수출량은 전년 대비 9.3%나 줄어든 2110만t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7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다.
또 미국 밀 생산량은 전체의 5분의 2를 수출해야만 하지만, 첨단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품 질 격차로 미국 밀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달러 강세로 가격경쟁력까지 밀리면서 수출하지 못한 밀 재고량은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부들은 수익성이 줄어든 밀 농사를 접고 GMO으로 더 효율적으로 많은 작물 수확할 수 있는 옥수수 등으로 갈아타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660에이커(약 2.67㎢) 규모 밀 농장을 운영하는 폴 페너는 "농부들이 재정형편에 밀려 밀을 포기하고 있다"라며 "미국 밀의 질은 훌륭하지만, 기술적으로 우수한 옥수수와 콩이 더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작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밀 재배면적은 약 36% 줄어들었다. 반면 옥수수와 콩은 각각 26%, 42% 늘어났다.
미국밀협회(USWA)의 앨런 트레이시 대표는 "더 이상 생산물량만으로는 세계 밀 시장을 주도할 수 없게 됐다"며 "그나마 전 세계 밀 거래량이 늘어나 농부들이 재배한 대부분 작물을 팔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급 미국 밀은 아직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원자재를 판매한다기보다 쿠키와 케이크 등 특화된 요리재료를 거래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밀 농부이자 전국밀재배연합회(NAWG) 회장인 폴 페너는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미국 밀 업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몰락할 수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