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세간에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특히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거나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교묘하게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총수 일가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주>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 물러난 것은 오너 일가에서 보수공개를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물론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표 제약사로 손꼽히는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현행법상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허 회장은 묘하게도 미등기임원에 대한 연봉공개 의무와 관련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13년을 전후로 미등기임원으로 스스로 자리를 낮춰 ‘자신의 연봉공개를 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허 회장은 2013년까지는 등기임원이었으나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바뀌었다. 당시 허 회장의 연봉이 공개됐는데, 그의 한 해 보수는 6억1100만 원이었다. 녹십자의 등기이사가 1인당 평균 2억900만 원을 보수로 챙긴 점을 감안하면 5억 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는 허 회장이 유일하다.

본보에 해명 내놓겠다던 녹십자 실무진 모두 ‘연락두절’
이후 5년 째 보수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받는 연봉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해 본보에 해명을 내놓겠다던 녹십자 홍보팀 실무진 모두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다만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지주사 전환을 하면서 경영일선에 있는 등기임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 업종에 비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강한 제약업종의 특성상 보수공개는 회사 안팎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고 드러나기 꺼릴만한 문제”라고 귀뜸했다.
한편,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와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한일시멘트에서 이사로 시작한 허 회장은 1991년부터는 녹십자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 전 녹십자 회장인 허영섭 회장이 작고하면서 9년 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