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세간에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특히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거나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교묘하게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총수 일가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주>

올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부터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재벌 총수들의 보수가 공개돼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총수들의 연봉 내역에 대해 눈길이 쏠린다.
지금까지는 지난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의 보수가 공개됐다. 하지만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재벌 총수들은 처음부터 미등기이사이거나 또는 등기이사에서 미등기이사로 자리를 옮겨 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법률상, 미등기임원 불가피"…미래에셋, ‘면피성 해명’ 급급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미래에셋의 상장 계열사 중 어느 곳에도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아 보수는 알려진 바 없다. 박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바뀐 것은 지난 2015년 3월이었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해 “법률상 문제로 인해 미등기임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고 공식석상에서 해명한 바 있다. (2016년 4월 미래에셋대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하지만 경영 관여에 있어 법률상 등기 여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투자자문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의 상근 임직원이 계열회사의 비상근 임직원을 겸직하거나, 투자자문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의 비상근 임직원이 계열회사 임직원을 겸직하는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의 확인을 받으면 된다. 즉 임원 겸직으로 인한 정보교류 및 이해상충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 따른 것일 뿐 등기 여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책임경영 차원서 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추세와 엇갈린 행보
이 때문에 박 회장의 미등기임원 자격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대주주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추세와도 엇갈린 행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동원증권 시절부터 등기임원 자격으로 계열사 경영을 주도해오고 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역시 지난 2005년 이후 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수행 중이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하림홀딩스를 비롯한 12개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임 중이다.
본보는 이에 대한 해명을 미래에셋 측에 요구했으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자산운영·미래에셋대우 실무진 모두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운영사에 등기임원을 해놓으면 다른 분야(증권·운용·보험) 경영을 할 수 없어 미등기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 관여에 있어 법률상 등기 여부가 문제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박현주 일가, 핵심 계열사 지배...출자구도 복잡하게 얽힌 그룹
한편,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 간 출자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창업자 박현주 회장의 일가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박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미래에셋 중심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컨설팅 91.86%, 미래에셋캐피탈 34.76%, 미래에셋자산운용 62.91% 등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특히 미래에셋캐피탈은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최대주주인 박 회장의 34.32% 지분을 비롯해 그의 가족과 미래에셋 계열사 등 특수 관계 지분이 총 지분 84.74%에 달한다. 우회적으로 캐피탈을 통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