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올해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이른 바 ‘호칭파괴’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이유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내부공지를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차원에서 직원들의 이름 바로 뒤에 ‘님’으로 통일했다. 예를 들어 박정호 사장도 ‘박정호님’으로 홍길동사원도 ‘홍길동님’으로 사장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는 것.
물론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과거처럼 직책이나 수행하는 역할에 님을 붙일수도 있도록 문을 열어두기는 했다. 이에 대해 SKT 허광 팀장은 “호칭파괴제도 도입후 어색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사내소통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호칭파괴는 앞서 LG유플러스가 먼저 도입했다. 연초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의 지시로 구성원 간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더욱 장려하기 위해 사내 상호 호칭을 ‘님’으로 바꿨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LG유플러스 측은 계면쩍다는 반응이다. LG유플러스 송원영 차장은 “사내 직원들은 어색하고 부끄러운 감은 있다”면서도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사원들은 오히려 적응력이 빠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장 평가 엇갈리는 '호칭파괴' 실효성 논란
이에 따른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모 대기업에서 기존 차장·부장급 임원들의 불만이 계속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서다. 지난해 S사는 개인을 지칭할 때 직급을 부르던 것을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바꾸고 사내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이에 신입 직원들은 바뀐 규정에 따라 실행에 옮겼지만, 기존 체계가 익숙했던 임원들은 까마득한 후배가 태연하게 이름을 호명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몇몇 선임자는 이름 부르기에 못 마땅한 나머지 ‘훗날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당할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덕분에 말단인 대리·과장급은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호칭파괴제도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현장의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당분간 실효성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귀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