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세간에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특히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거나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교묘하게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총수 일가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주>

오리온그룹은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오너 일가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특히 담 회장은 지주사격인 오리온홀딩스나 주력 사업회사 오리온 모두 등기이사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 ‘몸통’은 빠지고 ‘깃털’만 남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5년째 미등기, ‘몸통’ 빠지고 ‘깃털’만 남았다는 지적
이 때문에 두 사람은 5년째 연봉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13년 각각 53억9100만 원, 43억79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당시 담 회장은 유통·식품 업계에서 ‘연봉킹’으로 군림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오리온 직원 총 1932명의 평균 연봉은 4400만 원 정도다. 담 회장이 얼마나 많은 고액의 연봉을 챙겼는지 짐작케 한다.
그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두 사람에 대해 당시 오리온 측은 “오너가 해외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담 회장이 오리온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에 따른 법적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등기이사는 사업 투자나 자산 처분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법적책임이 따른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담 회장의 연봉은 60% 이상 삭감됐다”면서도 5년째 미등기로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등기로 있다고 해서 책임경영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최대주주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향후 등기임원 전환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오리온, ‘오너리스크’ 극심...담철곤 ‘흥청망청’ 흑역사
한편, 담 회장은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풀려났다. 집행유예 기간은 오는 4월까지다.
앞서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 고가미술품 10점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성북동 자택에 설치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140억 원을 빼돌리고, 법인자금으로 고급승용차 리스, 사택 신축 및 관리 등에 지급하게 해 총 285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위장계열사 I사의 차명지분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P사로 이전하면서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 20억여 원을 조성하거나 회삿돈으로 외제 슈퍼카를 빌려 타고 다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