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동양경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5일 강원 화천군 이외수 문학관을 찾아 소설가 이외수씨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날 박 후보는 강원도 양구군의 국군 유해 발굴 현장 등을 방문한 뒤 귀경길에 이외수씨와 약 9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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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는 박 후보가 전날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유신체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등 일련의 역사 문제에 대해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크게 용단을 내렸다"며 "여간 숙고한 결과가 아니고,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사과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히고 "다른 후보들도 '(박 후보가) 큰일을 했다'고 칭찬하고 있고, 국민도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이번 사과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공격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후보 수락 연설 때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신경쓰겠다고 약속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박 후보가) 오늘 화천을 찾은 것도 국민 대화합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관한 깊은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만들어 한글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을 더 높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히고 "대선후보가 됐으니 이 점을 꼭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이에 "정치도 문화예술과 함께 그 흐름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을 이루는데 구심점이 되며,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최근 흉악범죄에 대해 "국민의 가치관을 바꾸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정서와 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왔기 때문에 법을 고쳐서 해결하기보다 국민의 정서를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이뤄지고, 시장의 도덕성도 회복돼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차지하려고 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그 말에 공감한다"며 "노력하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고, 기술혁신도 하고, 좋은 인재도 고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이어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30여 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박 후보가 "국민행복을 모색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영입 등을 제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씨는 "특정 정당의 정치인에게 조언하는 건 내 입장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어떤 정당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은 돕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정치가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밝히고 "예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사람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정치의 공식이 문화예술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씨는 "대한민국의 세계적 예술혼이 더 발휘될 수 있도록 정치가 키워줘야 한다. 외국에서 공부한 예술인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공부하는 예술가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말했으며 박 후보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한 측근 인사는 박 후보가 "국민행복을 모색하는데 동참해 달라"며 이씨에게 한 제안에 대해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고 통합·화합의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와 더 나아가 (선대위 등에서) 같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굳이 영입 제안이라기보다는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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