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인 수사권 문제가 또 다시 수면으로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조희팔 뇌물 사건과 관련 김수창 특임검사가 10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근했다.
김 특검은 이날 오전 8시40분경 서울서부지검 청사 당직실을 통해 특검 집무실로 들어갔다.
현직 부장검사의 수억 원대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김 특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며 조희팔과 대기업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거나 기업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한 의혹에 대해서는 “팩트(사실)와 관련된 부분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최대한 빨리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특임검사는 지정된 사건에 대한 수사, 공소제기, 유지 등 직무와 권한이 있고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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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고검 김모 검사가 수조원 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거나 검사 다수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수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9일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특임검사로 지명하고 ‘직접 수사 하겠다’고 밝히자 경찰은 ‘자체 수사를 하겠다’고 맞섰다.
따라서 이 사건을 놓고 ‘수사권’ 확보를 위한 검‧경간이 정면충돌하며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지속돼 온 경찰 수사권 갈등과 관련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희팔의 측근 강모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김 검사가 돈을 인출한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검사는 지난 2008년 강씨로부터 2억4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검사가 차명계좌에서 수차례 돈을 인출하는 CCTV 영상도 확보했으며 이 계좌에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2억원,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6억원 등이 입금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찰은 김 검사가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는지도 확인 중이며 김 검사 외에도 현직 검사 2~3명이 더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그랜저 검사'와 '스폰서 검사'에 이은 또 다른 '검찰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려하자 제동을 걸고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에 대해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발표하고 특임검사에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19기)을 지명하고 바로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는 정식 수사절차가 아닌 내사단계에 있으므로 특임검사가 수사를 해도 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향후 경찰에서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수사개시 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할 경우에는 통상 절차에 따라 관할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며 "특임검사는 자체수사를 하는 거라서 경찰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찰의 이같은 대처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경찰수사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어 자신들의 수사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수사가 지금 진행되는데 별도 수사를 한다면 이중수사며 검찰은 형사소송법상에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은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히고 "검찰에서는 우리가 내사단계라고 하며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하는데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데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 중간에 수사를 가로채 가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명계좌 소유주인 최모씨를 차명계좌 양도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미 입건한 상태며 김 검사 등이 넘겨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밝히기 위해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 남겨둔 만큼 이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지휘를 거부하고 계속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김 검사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검사는 이와 관련 "나는 다단계판매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조희팔과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지난 2008년 5월 가정사정 때문에 고교 동기이자 친구 사이인 강씨로부터 돈을 빌려 사용했지만 이자 약정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쳤고 빌린 돈을 변제했다"고 해명하고 "(유진그룹) 모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부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아내의 암 투병 등으로 급하게 집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20년 가까이 친분이 있는 사회 후배로부터 돈을 빌려 전세금으로 사용했는데 이 돈을 갚기 위해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팔리지가 않아 변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진그룹도 역시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한 유진그룹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유진그룹은 해당 검찰간부와 어떠한 자금거래도 하지 않았고 유모씨가 개인적으로 빌려준 것일 뿐 그룹과는 전혀 무관함을 명백히 밝힌다"며 "유모씨가 평소 개인적 친분관계로 해당 검사가 개인적으로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자 인간적 도움을 주기 위해 전세자금을 일시 빌려준 것으로 어떤 대가성도 없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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