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국내 주요 3대(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이 인체 유해한 HCFC-123 화합물 소화기(할로겐 소화기)를 매장에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할로겐소화기, 실내 백화점에 버젓이 비치
지난 9일 한 매체는 롯데백화점 노원‧영등포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압구정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영등포점 등에서 할로겐 소화기를 매장 곳곳에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HCFC-123은 분말 소화기와 다른 기체 소화기의 성분이다. 사람이 흡입할 경우 산소결핍이 발생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 물질이라고 전해진다. 화재안전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할로겐 소화기는 밀폐된 공간, 지하층, 창문이 없는 층에 두면 안 된다. 미국의 경우 해당 물질로 화재를 진압하려면 야외(환기 가능한 곳),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밀폐된 공간에서 해당 성분이 고농도로 노출돼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일부 백화점에선 해당 소화기를 지하층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소화기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실내 공간에서 사용토록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보인다.
청정소화기로 불리는 할로겐소화기…허위 광고 논란

사실 백화점에 비치된 할로겐 소화기를 겉으로 봤을 땐 인체에 유해한 소화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청정소화기라는 명칭이 붙기 때문.
청정소화기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분말 소화기와 달리 주변에 지저분한 잔여물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또 과거 많이 사용되던 하론 1211 소화기(하론 소화기)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지난 2010년부터 생산이 금지돼 대체품인 할로겐소화기가 마치 환경과 인체에 친화적인 것인 마냥 청정소화기가 된 것이다.
11일 소방청 관계자는 “청정소화기라는 말을 사용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정소화약제소화설비의 화재안전기준 개정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관련 기준 개정이 완료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내용에 따라 허위 광고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사람 얼굴에 뿌리지만 않으면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날 할로겐 소화기와 관련 “청정소화기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백화점에 비치되어 있는 할로겐 소화기는 부분적인 화재 진압에 신속히 사용하기 위한 것. 사람 얼굴에 소화기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면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할로겐 소화기와 전에 많이 쓰이던 하룬 소화기 모두 기체 소화기인데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분말 소화기가 이들 소화기보다 인체 유해성은 덜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설명했다.
뒷짐 지고 있는 신세계‧현대‧롯데 백화점…정부 지침 방패막이 삼아
이날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비치된 할로겐 소화기는 지난 2010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의 지침이 아직 내려온 것이 없기 때문에 소화기를 바꿀 계획은 없다. 정부의 지침이 나오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한국소방산업연구원 인증)이 철회된다면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분말 소화기가 덜 유해할 수도 있다는 소방청 관계자의 의견에 대해 묻자 “말 뿐이지 않느냐”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할로겐 소화기 교체 여부와 관련 “알아보겠다”라고 말한 뒤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값비싼 의류, 보석,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 입장에선 깨끗한 실내 환경을 위해 분말 소화기보다 기체 소화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할로겐 소화기는 기체 소화기다. 유해성 논란이 빚어진 상태에서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정부와 정부의 지침 핑계를 대며 뒷짐만 지고 있는 백화점의 모습이 안전 불감증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