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한국보건의료연구 허대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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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병원은 기존 시스템과 연동해 당일 회진에 필요한 환자 리스트와 검사결과, 의료정보, 영상 이미지 등을 스마트 패드를 통해 간편하고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인 '닥터 스마트(Dr. Smart)'를 시작했고, 또 다른 병원은 인턴 이상 의료진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스마트 호스피탈’ 구축 경쟁에 가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다른 대형병원들도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기존 OCS,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등 의료정보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대한의료정보학회는 USB 등의 이동저장장치를 이용해 각 병원으로부터 본인의 진료기록을 환자 본인이 필요시 원하는 병원에서 활용이 가능토록 하는 개인건강기록 PHR (Personal Health Record)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폰, 스마트패드(태블릿PC) 기반 의료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능 평가 인증을 만들어 정식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스마트 의료’를 향한 이러한 많은 노력들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스마트한 변화’는 아직 없는 것처럼 보이며 한동안은 실현되기 어려울 듯하다.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전화, 인터넷 검색, 금융거래 등뿐 아니라 회사업무까지 볼 수 있는 수준의 ‘스마트 의료’를 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으려면 각 병원별, 각 기관별로 구축되어 있는 정보시스템들이 연계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서비스에도 IT기술의 도입으로 대부분의 대형 병원에는 전자의무기록이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 보편화되었으며, 건강보험료 청구에서 의료기관과 관련공공기관사이의 업무도 대부분 전산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 국민의 의료에 관한 정보가 대용량 데이타베이스로 구축되어 있다. 문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해당병원 혹은 공공기관 각각으로 보관만 되어 있을 뿐,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하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의 개별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전산화 수준이 세계최고수준에 도달한지 오래이나, 개인 정보의 보안을 이유로 내세워 의료기관들과 관련 국가기관들 사이의 통합된 정보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지지 못해, 정보처리시스템 안에 축적되어 있는 국민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프랑스·오스트리아·독일 등에서는 smart health card제도를 시행하여 전 국민의 진료정보를 통합하고, 국민들이 건강카드만으로 전국의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진료정보를 중앙전산화함으로써 응급상황에서 어느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쉽게 과거 병력을 알 수 있게 되어 응급진료의 정확성이 향상되었고, 행정적으로는 중복 검사 및 처방은 원천적으로 없어지게 되었다.
의료기관마다 진료기록을 보관하고 처리함에 따르는 행정비용이 대폭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부정행위도 감소하였다. 또한 다양한 전공분야의 의료 공급자들 간의 정보교환을 원활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의료서비스의 질도 현저히 향상되었다. 우려했던 건강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문제는 보안프로그램의 발전으로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다.
아시아지역에서 대만은 2001년 스마트 건강카드 개발을 시작하여 2003년부터 전 국민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있는데, 전자의무기록까지 포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호주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유럽전체를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스마트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기반시설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떨어진 것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의료‘를 시행하고자 하는 관련 기관들의 의지와 합의 도출에 있어서의 ‘스마트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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