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2011년 이후 진행된 70여 차례의 전산용품 입찰 과정에서 대전 지역 세 개 업체가 번갈아가며 총 50여 억원의 전산용품을 싹쓸이 납품하는 등 입찰과정에 담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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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결산 심사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최근 3년 구매 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며,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석연치 않은 전산용품 구매 과정을 질타했다.
먼저 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의 도덕적 해이 사례를 살펴보면 한 직원의 요청에 따라 KINS는 유명 음향기기 회사인 보스(Bose)사의 최고급 이어폰을 156,200원에 구매해 지급한다.
또 다른 직원의 요청에 KINS는 235,200원짜리 최고급 헤드셋을 구매한다.
KINS 측은 직원들의 어학교육용 등으로 이용되며, 후생복리 차원에서 구매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타 기관의 경우 개인적 용도의 소모품을 공금으로 구입한 사례는 없다. 이러한 물품들은 개인이 휴대하는 소모품이라 물품 관리대장으로 관리되지도 않는다.
KINS는 3,258,100원인 삼성 노트북, 2,366,400원인 HP 데스크탑 PC, 566,400원인 HP 모니터에서부터 148,800원인 키보드, 288,000원인 외장하드는 물론 아이패드 키보드, 무선 마우스, 이어폰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소모품까지 직원들이 구매를 희망하는 물건이라면 뭐든지 최신의 고가 제품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구매했다.
더 큰 문제는 KINS가 흥청망청하는 동안 납품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KINS가 3,258,100원에 구입한 삼성 노트북과 동일 모델을 원자력통제기술원은 2,250,000원에 구입했다.
같은 모델은 아니지만 KINS가 2,366,400원 짜리 데스크탑 PC를 구입할 때 원자력통제기술원은 1,250,000원 짜리 PC를 구매했다. 또한 30만원 내외의 외장하드 대신 10만원 짜리를, 15만원 내외의 키보드 대신 4~5만원 짜리를 구매했다.
전체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업체간 담합 가능성이 엿보인다. KINS는 2011년 이후 보통 10일에서 15일 정도의 간격으로 총 72차례 전산 용품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대전 지역 세 개 업체가 총 67건을 낙찰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XXX이라는 업체가 30건, 19억 6,000만원, 송ㅇㅇㅇ가 22건, 18억 5천만원, 현AA가 15건, 10억 5천만원으로 세 업체가 67건, 48억 6천만원 어치를 납품했다. 이 업체들은 일반적인 납품가에 비해서 30%에서 거의 배 가까이 높은 공급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다.
특히 금년 1월부터는 문제의 세 개 업체가 송ㅇㅇㅇ→현AA→유XXX 순서로 번갈아 가며 낙찰을 받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세 업체 모두 대전시 서구 만년동에 위치한 ‘테크노월드’ 라는 곳 5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웃 업체들이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1월 14일, 낙찰 예정가격인 93,580,000원에 근접한 액수로 한 업체가 낙찰받는다. 경쟁업체는 1억원 가까운 입찰에서 불과 50만원 차이로 떨어진다.
그런데, 10일 후 진행된 입찰에서는 직전 입찰에서 50만원 차이로 떨어진 업체가 50여 만원 차이로 낙찰받는다.
다시 10여일 후에는 두 번의 입찰에서 모두 떨어진 업체가 역시 50만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낙찰받는다.
금년 8월에 진행된 입찰의 경우 1차 입찰에서 KINS의 물품 구매 예정가격를 자기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는 업체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낙찰 예정가격에서 불과 2만원 차이로 모두 낙찰에 실패한다.
그러나, 2차 입찰에서는 단 38만원 차이로 한 업체가 낙찰을 받는다. 이 업체들은 계약시 ‘청렴계약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주 내용은 담합을 하지 않겠으며, 위반시에는 6개월 이상 입찰참가자격을 제한 받으며, 공정거래위에 고발조치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KINS는 2010년 이후로 구매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담당자들은 세 개 업체가 돌아가며 낙찰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해본 적은 없으나, 구매 과정은 투명하다고 항변했다.
문제를 지적한 노웅래 의원은 “평균적인 납품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면서 돌아가며 납품을 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입찰 담합 수법”이라며,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개인적인 용도로나 사용될 물품들을 직원들이 사달라고 하면 뭐든지 다 사주는 것은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INS의 무책임한 예산 낭비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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