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인간은 역사를 시작하면서 도시에서 살게 됐다. 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인간은 땅을 넓히기도 했지만 하늘로 치솟기도 했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초고층 건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초고층 건물은 인간에게 유익함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재앙을 만들고 있다. 고층 건물은 화재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헬기 사고와 같은 각종 사고에도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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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고층 건물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층 건물은 인간에에 유익함도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고 있다.
지난 11월16일에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평온한 토요일 아침 온국민의 단잠을 깨우는 그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팽배했다. 우리는 고층 건물을 선호했지만 그 고층 건물이 인간에게 끔찍한 사고를 가져온다는 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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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높은 건물이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용 건물도 아파트도 모두 초고층을 선호했다. 땅은 좁고 하기 때문에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늘로 치솟아야 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바벨탑은 세워졌다. 하지만 하늘은 대한민국의 바벨탑에 경고등을 켰다.
이날 발생한 사고는 LG전자 소속 헬기가 오전 8시46분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해 잠실헬기장으로 이동 중 8분 뒤인 8시54분 삼성동 아이파크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사고 헬기는 잠실헬기장에서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대형공조시스템 사업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충돌 지점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한강을 따라 비행을 하다가 잠실헬기장 인근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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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왜 경로를 이탈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비행 당시 서울 도심은 짙은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가 1.1km로 시야가 좋지 않았다.
사고 현장인 삼성동의 가시거리는 800m에 불과했다. 다만 정황상 조종사가 시계비행 중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경로를 다소 이탈했다는 추론은 할 수 있다. 헬기가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사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항공법상 헬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조종사가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더라도 규정 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 조종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계비행시 조종사가 시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어쨌든 이번 사고로 인해 고층 건물의 위험성이 다시 각인되기 시작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안전운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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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는 최근 등록대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민·관의 헬기 등록대수는 64대 수준이었는데 지난 5월 기준 10년 새 182대로 3개 가까이 증가했다. 헬기 등록대수가 늘어나면서 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발생한 헬기 사고는 총 22건, 사망자는 18명에 달했다. 사고 대부분은 농약살포·자재운반·산불진화 등 특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최근엔 지난 5월 산림청 소속 헬기가 산불진화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경북 안동 임하댐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을 인식해주게 됐다.
대한민국이 도시화되면서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하게 됐다. 현재 파악된 고층 건물은 최근 5년간 31층 이상 고층건물이 3배 넘게 늘어났다. 31층 이상은 1000동이 넘고, 21층 이상은 1만5000동에 육박한다.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현황’을 보면 31층 이상 고층건물은 지난해 전국 1020동이었다. 31층 이상 건물은 5년 전인 2007년 전국 330동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008년 503동으로 껑충 뛰더니 2009년 583동, 2010년 753동, 2011년 886동 등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고층건물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서울 242동, 경기 206동, 인천 168동 등 전체의 60%인 616동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 고가주택지구와 상업지구에 고층건물이 많다.
삼성동 무역회관,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카데미스위트, 한화금융센터63, 현대하이페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부산이 195동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50층 이상 건물은 25동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도 80층 높이의 해운대 두산 위브더제니스다. 포스코 더샵 센텀스타, 해운대 아이파크 등도 50층 이상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헬기 충돌 지점인 21층 이상 30층 이하 건물은 전국 1만3599동에 이른다. 21층 이상으로만 보자면 1만4619동이다.
이처럼 고층 건물이 증가한 이유는 2000년대 부동산 활황기 때 주상복합 건축이 붐을 일으키면서이다.
투자금은 고층 건물에 집중되고, 각 도시는 랜드마크를 만든다면서 고층 건물을 선호하게 됐다. 그러면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인식이 점차 희박해졌다. 설마 안전사고가 일어날 것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헬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 주변에 안전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여지 없이 보여줬다.
이번 사고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건물은 서울 송파구에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이다. 제2롯데월드의 항공 안전사고는 항상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국회와 군에서는 많은 반대를 했다. 하지만 결국 신축 허가는 떨어졌고, 현재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헬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야 의원 모두에게서 층수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항공 안전 사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딱 하나이다. 바로 인근에 성남 서울공항이 있다는 것이다. 성남 서울공항에는 하루에도 수십 대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그런데 바로 길목에 엄청나게 큰 고층 건물이 서게 된 것이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롯데 측은 건축 인허가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았고, 전문적 검토를 통해 안전이 확인됐고, 활주로 방향 변경과 장비 설치 등 비행 안전과 작전 여건 보장을 위한 조치를 완료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헌법소원까지 내면서 사업 승인을 얻은 적법한 공사이다. 따라서 항공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사를 실제로 막아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헬기 사고로 인해 국민은 불안감을 갖게 됐다.
성남 서울공항은 민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곳이 아니라 군용기들이 이착륙하는 곳이다. 군용기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이착륙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착륙 과정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고층 건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기와는 다르게 군용기들은 대형이다. 따라서 군용기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항공 안전사고가 비단 제2롯데월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포함한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오피스텔 제외)는 총 86개 단지의 6만6천329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용산구가 12개로 가장 많고 송파구와 강남구, 영등포구가 각각 10개, 9개, 8개로 뒤를 이었다. 송파구는 층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가구 수가 많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서울에서 초고층 아파트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로, 층수가 69층에 이른다. 입주 가구 수는 480가구로 상대적으로 적다.
국토교통부는 고층건물 항공장애들 설치 기준에 따라 높이 60m 이상 철탑 등 구조물과 150m 이상 주거용 일반 건축물에는 항공장애표시등(경광등)을 달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고층수가 69층인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에는 비행물체와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경광등이 부착돼 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에는 경광등 등 충돌 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즉, 언제든지 항공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도심 한복판에 항공기 특히 헬기가 운항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경우 상공을 민간 헬기가 날아다닐 수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2009년 8월 허드슨강 상공에서 관광용 헬기와 경비행기가 충돌해 조종사와 탑승객 9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맨해튼 일대를 특별비행규제지역(Special Flight Regulation Area)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허드슨강 상공의 경우 고도별로 다닐 수 있는 비행기가 제한돼 있다. 헬기는 1000피트(약 300m) 이하로만 날 수 있고, 1000~1300피트는 경비행기, 1300피트 이상은 관제탑의 통제를 받는 항공기가 다닐 수 있다. 헬기와 경비행기 최고 속도도 시속 161마일로 제한돼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규정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발생한 헬기 충돌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항공장애가 되는 시내 고층건물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다음 달까지 서울지방항공청과 함께 항공장애가 되는 고층건물 159곳을 점검하고 헬기장·건물 옥상 헬리포트 등 488곳의 관리 실태도 확인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도 헬기 안전사고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했다.
고층 건물의 또 다른 위험성은 화재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난방 시스템 등의 가동은 화재의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층 건물의 화재 원인은 전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이 최근 스마트화되면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흡연이나 유류화재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당국은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소방차나 고가사다리차에 의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나 고가사다리차에 의한 화재 진압이 어렵기 때문에 소방대원이 직접 방화복을 입고 소화 장비를 착용하고 건물로 진입해야 한다.
부산소방당국에서 한 실험에서 80층까지 계단으로 올랐는데 20분이 걸렸다고 한다. 보통 화재는 발생한지 5분에서 10분 사이에 제압해야 큰 불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80층 정도의 높이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당국이 사실상 화재를 진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재 진압도 문제이지만 사람들의 대피도 문제이다. 대피는 유일하게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밖에는 없다.
저층 건물의 경우에는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면 고가사다리 등의 접근으로 인해 쉽게 대피할 수 있다. 또는 완강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층 건물에서 만약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면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물론 최근 고층 건물들은 화재에 대비하는 그런 장비들이 많이 장착돼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리가 소홀해진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언제든지 항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전언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자신들이 어디로 대피를 해야 하며 평소 대피 훈련 등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항상 안전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이한 생각은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치솟는 고층 건물은 분명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건물이다. 하지만 그 건물 뒷면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가 닥치기 전에 미리 점검하는 생활을 해야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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