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나라빚이 심상찮다. 정부가 최근 국제지침에 따라 비금융공기업까지 포함하는 공공부문 부채를 처음으로 산출․공표했다.
그런데 나라빚이 821조 1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갚아야 할 빚도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공공기관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 것인지 아직 이렇다 할 윤곽이 제대로 잡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빚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갖고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한 이견은 팽팽하다.

총 821조1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67조8천억 원 늘었다고 밝혔다. 국민 1인당으로 하면 1628만 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64.5% 수준이다. 공공부문 부채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과 비영리공공기관을 포함하는 일반정부 부채 504조6천억원과 비금융공기업 부채 389조2천억 원이다.
여기서 일반정부와 비금융공기업 간 채무거래 72조8천억 원은 국제지침에 따라 내부거래로 간주, 제외시켰다. 국민연금과 비금융공기업 간 채무증권(30조8천억 원)과 국민주택기금과 LH 간 융자(29조7천억 원) 등이 제외됐다. 다만 금융공기업은 예금 등이 부채로 인식되기에 적자국채 등 일반적인 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 이번 산출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이번에 공표한 이유는 공공부문의 재정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공공부문 정상화에 기여하며 국정과제 실현 및 정부 3.0 추진 등 공공부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기재부에 의하면 이번에 공표한 공공부문 부채는 없던 부채가 새로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간 각각 산출했던 일반 정부 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를 국제기준인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에 따라 공공부문을 하나의 단위로 통합하고 내부거래를 제거해 산출한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정확한 재정상태를 파악하고자 내부거래를 제거함에 따라 단순 합산하는 경우보다 부채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부채 유형을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등 3개 유형으로 산출해 각각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기로 했다.
D1(443조1000억원·對GDP 34.8%)은 현금주의 기준으로 중앙 및 지방정부 회계와 기금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 등에 활용된다. D2(504조6000억원·對GDP 39.7%)는 D1에 비영리공공기관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국제비교 기준이 된다. D3(821조1000억원·對GDP 64.5%)는 D2에 비금융공기업까지 포함한 것으로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데 활용된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부문 부채와 성격이 다른 충당부채 및 보증채무는 공공부문 부채에 합산하지 않되, 미래의 재정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자 별도로 부기해 공개했다.
미래 지급 규모를 추정한 충당부채는 규모가 불확정적이고 외국에서도 합산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보증채무는 민간에서 채무 불이행 시 공공부문 부채로 전환되는 등 발생 여부가 불확정적인 우발부채이기에 부채에 합산하지 않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충당부채 및 보증채무를 공공부문 부채와 단순 합산할 경우 부채 규모가 과다한 것으로 오해를 받아 대외신인도나 국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를 내부거래로 보고 부채 산출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채 92조4000억 원과 공채 11조2000억원 등 총 105조8000억 원이다.
연기금이 인수한 국고채 발행분은 현금주의 회계에 따르는 국가채무 통계에서는 국가가 갚아야 할 부채로 잡히지만, 발생주의 회계를 따르는 일반정부 부채나 공공부문 부채에서는 내부거래로 제거된다. 국민연금도 국민에 대한 일종의 부채인데 연금이 인수한 국공채는 공공부채가 아니라는 인식은 비논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울러 금융공기업을 이번 부채산정에서 제외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IMF는 2012년 6월 공개한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에서 정부와 공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모든 제도단위를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비금융공기업은 물론 금융공기업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에 기재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예금이 부채로 인식되므로 일반적인 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기업 중 가장 부채가 많은 공기업은 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였다. LH는 138조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전력공사가 38조 원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24조 원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7조 원, 그리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15조 원, 한국수자원 공사가 13조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기록이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 주문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대표적인 기관부터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언급,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과도한 복리후생이나 친인척 특혜채용, 불법적 노사협약 등 비정상적인 관행의 개선과 함께 부채와 임직원 보수, 경영성과 등 모든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해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고, 경영평가와 연계한 기관장 평가와 인사조치 등 건전경영 장치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공공기관 전체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공기업들은 LH와 한전 등 모두 12곳으로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박 대통령은 이들 공기업의 부채와 임직원 보수, 경영 성과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 비교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또, 경영 평가와 연계한 기관장 평가와 인사 조치 등 건전한 경영 장치 정착을 주문했다.
정부는 앞으로 국가채무를 2017년까지 GDP 대비 30%대 중반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한편, 월간 재정동향 및 통합재정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국가채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방부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공공기관 부채 비율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 저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이유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증가한 이유와 그 책임소재를 놓고 노정(勞政)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만경영에 의해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방만경영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조는 공공기관 부채가 단순히 방만경영 때문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LH의 경우 방만경영도 문제이지만 정책의 실패로 인한 빚잔치가 많았다는 것이 공공기관 노조의 생각이다.
공공기관 노조는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저항을 할 기세이다. 때문에 올 봄 공공기관 개혁을 놓고 정부와 공무원 노조 간의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갈등이 어떤 식으로 변질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방만경영 vs 정책실패 그 사이에서 갈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