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최근 금융사고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최근 KB국민은행 관련 사건사고 발생 뉴스를 접하면 국민은행 고객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한숨을 쉴 정도이다.

KB국민은행 사건사고는 지난해 9월부터 계속 터져 나왔다. 지난해 9월 도쿄지점 5천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도쿄지점 직원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때에도 큰 사건이라고 생각했고 내부통제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그 사건은 KB국민은행 관련 사건사고들의 출발점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00억 원대 국민주택채권 원리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이건호 은행장은 이 사건이 터진 이후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때만 해도 이건호 은행장의 구호가 헛구호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이건호 은행장의 구호는 헛구호가 됐다.
또한 최근 영업점 팀장급 직원이 1조 원에 가까운 허위 서류를 발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이로 인해 이건호 은행장의 조직 쇄신 구호는 헛구호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영업점 이모(52) 팀장의 허위 서류 발급 혐의 등을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팀장은 지난 2월부터 3월말까지 부동산개발업체 강모 대표에게 9,709억원에 달하는 허위입금증 등을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팀장은 예금 지급이나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예금지급예정·대출예정 등 각종 확인서 10건(6,101억원)을 허위 발부했다.
또한 실제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입금된 것처럼 꾸민 예금 입금증 4건(3,600억원)을 비롯해 제 3자의 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금보관증 8건(8억)도 발급했다.
이런 식으로 발급된 허위 증명서는 총 22건, 9,709억원 가량. 이씨는 국민은행 법인이나 지점의 정식 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도장과 사인을 이용해 허위 증명서를 작성했다.
이 씨의 부정행각은 허위 증명서 사본을 갖고 있던 한 고객이 지난달 30일 영업점에 전화를 걸어 서류의 진위 여부를 문의하면서 발각됐다. 국민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해 이 팀장을 대기발령 낸 뒤 지난 4일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영업점 한 직원이 친인척 자금을 관리하다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 한 지점의 윤모 팀장이 친척과 평소 알고 지내던 고객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24억여 원의 자금을 모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돈을 맡긴이들이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윤 팀장은 ‘돈이 한 푼도 없다’며 거부했고, 이에 피해자들이 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드러났다.
윤 팀장이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관리했던 금액은 절반인 12억원 안팎이며, 나머지 금액은 다른 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도 자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은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건호 은행장의 조직 쇄신 구호는 헛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으며 이건호 은행장의 말에 대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호 은행장이 이번 사건사고들과 관련해서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해서 조사결과를 봐야 할 것이다”라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