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15일 오후 자살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백화점 내 한 주방브랜드 판매사원인 최모(여·48)씨가 이날 오후 5시 20분쯤 백화점 옥상 5층에 올라가 난간에 몸을 걸친 채 30분 이상 자살 소동을 벌였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최씨는 계약직 판매사원으로, 이날 제품 할인판매와 관련해 고객과 한차례 말싸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고객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화를 삭히지 못했고, 결국 옥상으로 올라갔다고 백화점 측은 밝혔다.
최씨처럼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취약하다. 그것이 연구결과로도 나왔다. 김민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교실 창립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감정노동 실태와 건강영향,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감정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2007∼2009년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감정노동 정도를 묻는 항목에 응답한 임금 근로자 5천771명을 대상으로 우울감과 자살 생각 여부 등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감정을 숨기고 일함’이라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2주 연속 우울감을 느낀 확률이 남성은 3.4배, 여성은 3.9배 높았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도 남녀 각각 3.7배, 2.9배 높았으며 주관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감정노동자군에서 남성 2.3배, 여성 3.5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주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며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 속에 인내를 강요당하는 것이 정신건강의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당시 민주당 한명숙 의원 등이 백화점 판매원, 카지노딜러, 철도 객실 승무원, 간호사,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 직군 2천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고객 응대시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당했으며 81.1%가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한명숙 의원이 ‘감정노동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업주에게 감정노동을 완화할 수 있는 업무지침을 작성하도록 하고 감정노동자에게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 의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