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기업화한다는 반발이 계속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중앙대학교에서 ‘두산대학 1세대’를 자처하는 한 학생이 자퇴를 선언하고 중앙대를 ‘정의가 없는 대학’에 비유하며 두산그룹의 ‘중앙대 기업화’를 비난해 주목을 끌었다. 2008년 두산그룹의 중앙대학교 인수로 단행된 구조조정의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중앙대는 2010년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부로 통폐합하고, 등급별 교수 평가 및 교직원과 교수에 대한 차등 연봉제, D학점 5% 의무부과제 등 기업식 경쟁체계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더불어 이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2010년 한 학생이 중앙대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다 퇴학당했다. 같은 해 또 다른 학생은 한강대교 아치에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올라가 시위를 벌였고, 이로 인해 18개월 유기정학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달 초 학내에 자퇴 선언 대자보를 붙여 이목이 집중됐던 김창인씨다.
김씨는 대자보를 통해 “정권에 비판한 교수는 해임됐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되었다. 회계를 의무적으로 배우면서, 성공한 명사들의 특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과목은 축소됐고, 이수 학점은 줄어들었다.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났지만, 강의 당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 “유기정학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조조정 토론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근신처분을 받았다”라며 “학생회장으로 출마할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김씨가 7일 개재한 대자보가 다음날 학교에 의해 철거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학측의 억압 논란이 재조명 받기도 했다.
즉,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을 기업의 기준으로 재단, 순수학문보다는 기업이 선호하는 ‘기능’을 우선해, ‘학문의 요람’이 아닌 ‘취업 양성소’로 변모하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압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앙대에서 도입한 등급별 교수 평가와 차등 연봉제, ‘커리큘럼 인증원’ 등은 교수들이 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논문 발표 수, 강의 개설 수 등 실적을 학교의 기준에 따라 평가받아 연봉과 성과급을 받고 강의 내용을 검열하는 등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되고 대대적인 캠퍼스 정비에 들어가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기숙사, 100주년 기념관 등 건물 공사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특히 2016년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100주년 기념관은 총 73,899.7M²의 면적에 지하 6층, 지상 12층 규모로, 이로 인해 대운동장이 사라져 중앙대 학생들은 부속중학교 운동장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이와 맞물려 안성캠퍼스 매각, 인천 검단 캠퍼스 조성 등 캠퍼스 이전 및 확장 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차질이 생겨 진행이 되지 않아, 서울캠퍼스에서 안성캠퍼스 학생들까지 수용하게 되면서 강의 당 수강생은 늘고 학생 개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 교육 여건이 악화됐다는 의견도 나오는 형편이다.
실제로 중앙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교양과목의 확충과 캠퍼스 신축공사로 발생한 체육시설 확보 및 학생들을 위한 공간 배정 문제 해결, 낙후된 시설 개선과 학습 기자재 및 도서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앙대 관계자는 “(효율적 운영 등을 위해) 학과를 학부로 통폐합했고, 대자보에 제기한 ‘회계와 사회’는 기초적인 수준으로 관련되지 않은 전공자라도 사회 어느 분야에 진출해서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서 도입한 것이며, 그 밖에도 한국사 등 과목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도입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학생은 재학기간 중 평균 평점과 징계 등으로 학칙에서 정한 자격에 미달했다. 이 사실을 인문대 총학생회 선관위에 통보했을 뿐 해당 학생을 특정해 제재를 가하거나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자보 철거 논란에 관해 “철거된 대자보는 법학관 외벽 등에 붙인 것으로, 지정된 게시 구역을 벗어나 철거했으며, 지정 구역에 설치한 동일 대자보는 철거하지 않았다”라고 일축했다.
또 재단 측의 강의 간섭 등과 캠퍼스 문제에 대해서는 “캠퍼스 이전·확장 문제의 차질과 캠퍼스 내 공사 등으로 재학생들뿐 아니라 교직원을 포함한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제기된 바와 같이 일부 강의에 학생이 많아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낙후된 시설 및 기자재 등의 문제는 순차적으로 교체가 진행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조만간 공사가 완료되고 캠퍼스 문제가 해결되면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그 때까지는 (불편을 감수했음에도) 혜택을 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있어 안타깝다. (등급별 교수 평가, 커리큘럼 인증원 등은) 교수님들의 강의에 대해 사회의 변화에 맞는 강의 진행을 원하는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두산그룹의 인수 후) 이런 학교의 가시적인 변화를 반기는 학생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대학의 기업식 구조조정과 특성화 학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세태 속에 이를 반기는 이들과 반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혼재해 있는 가운데 중앙대의 이러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